2년 전 로스쿨 입학과 아마존 입사 사이에서 고민했던 적이 있다. 두 번째 직장에서 퇴사한 후 약 8개월 간 공부해 로스쿨을 위한 법학적성 시험을 마무리한 후 발표를 기다리면서 친구의 권유로 아마존에 지원해 면접을 보게 됐다. 두 과정 모두 최선을 다했고, 운 좋게 둘 중 하나의 커리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행복한 고민이었지만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로스쿨은 LEET시험(법학적성시험, 논술 포함)을 치룬 후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야 합격할 수 있다. 학교마다 반영 비율은 달랐지만 법학적성시험 점수, 논술 시험, 학점, 자기소개서 점수, 면접 결과가 영향을 미친다.
아마존 면접은 이력서 제출, 이력서 기반 폰스크리닝 면접 (Phone Screening), 비즈니스 케이스 발표 (Business Case Presentation), 리더쉽 원칙 면접 (Leadership Principle Interview)과 같은 채용 절차를 거친다. 기업 문화와 지원 직무에 적합한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의 역량을 면접관들에게 전달해야한다.
신기하게도 로스쿨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연습했던 면접 대응 방법과 논리적 사고가 아마존의 리더쉽 면접을 치루는데 큰 도움이 됐다. 면접에서 적합한 태도 (Tone and Manner)를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본인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연습이 로스쿨과 아마존 면접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차이가 있다면, 로스쿨에서는 법학과 인문학적 쟁점을, 아마존에서는 리더쉽 원칙에 맞는 업무 경험을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커리어의 관문을 모두 통과해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미래에 내 모습을 그려가면서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로스쿨을 선택하면 3년 간의 수험 생활을 거쳐 5일 동안 진행하는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후 변호사, 검사, 판사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 검사의 경우 채용 절차가 추가로 있고, 판사가 되려면 일정 기간 변호사 경력을 쌓아야한다. 전통적 관점에서 소위 번듯한 전문직으로서 미래를 그려갈 수 있다. 로펌 규모와 경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기업에 상응하는 혹은 그 이상의 연봉으로 빠르게 대우받을 수 있다. 민형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인, 개인의 사건사고를 접하고 논쟁할 기회가 생긴다. 또한, 이직의 자유와 본인의 사업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
아마존을 선택하면 3개월의 적응 기간(Onboarding)을 거친 후 바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게 된다. 경력직으로 대우 받았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결정된 연봉을 입사와 동시에 받기 시작하고, 클라우드 시장에서 다양한 기업의 CEO/CTO와 교류할 기회가 생긴다. 최신 기술을 경험하면서 트렌드에 빨라지고, 비전통적 관점에서 외국계 회사를 경험해볼 수 있다. 자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시간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다만 전문직이 아니기 때문에 이직을 원할 경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투자와 사업 구상을 통해 꾸준히 독립할 준비를 해야한다.
고민이 참 많았다. 법조계에 있는 사람들과 IT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의 조언을 얻고, 연봉/워라밸/업계문화/미래전망/성공가능성 등을 비교해보았다. 외적인 조건에 초점을 맞춰 비교하다보니 끝이 없었다.
마지막에는 내 자신의 솔직한 입장을 들여다 봤다. 우선, 3년의 수험생활을 다시 인내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입학과 함께 커리어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시험이라는 관문이 하나 더 남았다는 부담도 있었다. 반면 아마존은 바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고, IT라는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면서 바로 월급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갖출 수 있었다. 클라우드 쪽은 미래 성장 가능성도 유망하다는 말이 많았다. 법조계와 IT비즈니스. 고민을 반복하던 나는 결국 로스쿨 입학을 포기하고, 아마존 입사를 선택했다.
커리어에 '만약'과 '정답'은 없다. 다른 선택을 했다고 예상했던 결과를 보장할 수 없고,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을지도 알 수 없다. 결국에는 내가 걸어가는 지금 이 순간이 모여 실재하는 커리어가 된다.
다만, 선택을 하고 나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기회비용이었던 로스쿨 3년에 상응하는 기간이 지나면 아마존에서의 내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까지는 차곡차곡 내 자신의 기준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는 중이다. 아직 1년 남았다.